◇ 시 ◇
앵무새 장관
시인 이상규
2020. 10. 14. 12:46
의사당에만 나가면 자신도 모르게
같은 말만 되풀이가 돼요
못된 버릇을 영영 못 버릴 것 같아요
“27번 거짓말을 하셨죠?”
“잘못 알고 게신 겁니다
야당이 27번이나 윽박질렀잖아요?”
“비서관에 전화번호를 알려줬지요?”
“기억이 안 난다고
몇 번이나 말을 해줘야합니까?”
“여하튼 여러 정황으로 보아
아들인 서 일병이 탈영 아닙니까?”
“소설 쓰지 마세요! 여긴 의사당입니다”
“장관님은 북한법무부(法無部)장관이 아닌
대한민국 법무부(法務部)장관입니다
검찰청에 증거가 있는데 알아서 기었나요?
영장에는 왜 기재를 안 했지요?”
“미안하지만 저는 앵무새 띠거든요!
절대 불리한 증거는 기억이 잘 안 납니다
그게 저의 병입니다, 더할 말이 없습니다”
“앵무새 장관님이라면
우리도 그 이상 할 말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