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 ◇

참새의 형장이 된 옥상정원

시인 이상규 2016. 12. 12. 07:36

  참새의 형장이 된 옥상정원


도시에는 먹을 게 넉넉하지 못할 것 같아

정미소에서 싸라기를 얻어다

참새에게 먹이를 주기 시작했지요

아침저녁으로 찾아와 먹이를 먹고 가는

참새 수가 200 마리 정도는 되었는데

가끔

먹이를 먹으러 오지 않는 날도 있었습니다

먹이를 뿌려놓고는 무심코 내려오기도 했지요

여러 달이 지났는데 참새가 먹이를 먹으러

찾아오는 횟수가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죠

그 까닭을 뒤 늦게 알고는 기겁을 했습니다

매가 참새 떼가 모여 있는 곳을 알고는

몰래 숨어들어와 덮쳐 잡아가기 시작했죠

참새들도 안전한 곳으로 이민을 간 거죠

제가 후회할 때는 이미 때늦은 후였어요

참새가 죽어가면서 ‘나는 매가 싫어요!’ 했겠죠?

울진에서 잠수함을 타고 몰래 침투한 간첩에게

어린 생명이 인민군에게 죽어가면서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했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