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 ◇

상생

시인 이상규 2016. 9. 25. 06:36

  상생相生


사자와 토끼가 한 우리에서 살았습니다

토끼는 풀을 먹고 살지만

사자는 풀을 먹고 살 수 없습니다

사자는 상생하라는 불호령에 겁먹고

토끼가 먹는 풀을 빼앗아 먹었습니다

그러나

사자는 풀을 뜯어먹고는 곧바로

옛날에 먹었던 먹이까지 토해냈답니다

상생은 해야겠는데 사자는 궁리 끝에

상생하자는 직인을 찍은 증서를

토끼를 모아놓고 일일이 챙겨주었답니다

그 증서의 잉크도 마르기 전에

토끼 한마리가 독식을 하면

자기가 잡아먹을 토끼가 없다는 걸 안 사자는

다른 몇 마리 토끼를 한 우리에 넣고

한 마리가 먹을 양식을 넣어주고

죽고살기로 먹이 싸움을 하는 토끼를 보며 

사자는 입맛을 다시며 모르는 체 방관했습니다

그 후

사자는 죽은 토끼를 맛있게, 맛있게 먹었다는

그 증명서 여기 있답니다

이게 사자와 토끼의 상생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