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 ◇
박물장수네 유물
시인 이상규
2016. 9. 13. 06:53
박물장수네 유물
옛날 옛적 찢어지게 가난하던 시절
보따리박물장수가 온 갓 것 다 이고 지고
마을, 마을을 누비고 다니며
이 것 저 것 불티나게 모조리 다 팔고 남은
용도를 모르던 희한한 도깨비방망이만
대대로 집안의 유물로 내려 왔는데요
‘돈 나와라 뚝딱’ 하고
방망이만 두드리면 돈이 쏟아져요
반쪽 대학등록금이요? 학교만 들어가세요
아이 나면 전액 무상보육비도요
아이들 건강을 생각해 무공해 식사제공
나라의 앞날을 위해 꼭 실현해야합니다
늙은이들 용돈 얼마나 필요하지요?
그까짓 푼돈에 자식에게 밉보이면 안되지요
걱정 말고 병든 분들 병원만 가보세요
빛 쟁이 들이요?
그 거 얼마나 된다고요, 걱정 딱 끊으세요
무주택자들은 벌집주택 지어 줄 터이니
너나없이 들어가 사시면 됩니다
돈은 어디서 다 나오느냐고요?
도깨비방망이 내가 갖고 있거든요
절대 세금은 더 안 걷겠다고 약속 했어요
허어!
21세기에 저분 말 믿어도 될까요?
“못 믿으면 어쩔 건데요?”